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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fricaㅣ아프리카이야기

[봉사단원 에세이] 나를 찾아줘

 

탄자니아는 사랑입니다.ㅎㅎ 아이들의 사랑스런 미소를 지켜주세요~^^

 

 

저는 탄자니아에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제 아내는 올해로 탄자니아에서 8년째 거주중인데, 일반 기업 엔지니어 신분으로 출장차 잠시 탄자니아를 방문한 제게, 당찬 그녀는 -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으로 - 청혼을 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저 역시 탄자니아를 제 2의 삶의 터전으로 삼게 된 것이지요.

 

 

뜨거운 사랑이 용기를 준 걸까요?

같은 하늘아래 같은 사람들이 사는, 그저 위치만 우리 고향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차이점 말고 뭐 별반 다를 것 있겠냐는 마음으로 첫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생각과 늘 다른 현실은 우리를 두 팔 벌려 맞이하곤 하지요.

물론 그런 건 각자의 생각 차이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배고플 때 당장 달려갈 편의점 하나 없다는 현실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고통스러운 점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이 인생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사실이 매우 서글프다 할 수 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그동안 제가 지녀온 수많은 생각과 기준, 그리고 습관들을 바꾸어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탄자니아의 해변가 석양 아래서..

 

 

 

아프리카! 탄자니아! 종종 TV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 나라는 한적한 사바나 초원에 저 멀리 만년설로 하늘을 채운 킬리만자로가 보이고, 그 아래서 치타와 생사를 걸고 뛰어 놀다 배가 고프면 떨어진 망고를 주워 먹으면 되는, 여유로움과 대자연의 경이로움만 각인된 말 그대로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정말 그런 곳이기를 바랬었다. 는 말입니다.

 

 

탄자니아에 처음 도착한 그날, 에레레 공항에 도착해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밀려드는 교통 체증에 당황해 하던 제가 생각이 납니다. 강변 북로의 퇴근 시간에 차 안에서 모든 희망을 내려놓고 라디오를 벗 삼던 기억이 교차 되더군요. 과일의 천국(?)이라는, 따라서 모든 과일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편견으로 길가 노점에서 덜렁 사들고 온 수박이, 50%의 확률로 안팎으로 동일한 녹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정말 눈물이 찔끔 났었답니다. TV 화면에서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던 모기들이 친구 하자며 수시로 틈을 노리며 엉겨 붙습니다. 지금도 왼쪽 팔뚝에 살며시 빨대를 꼽네요. 역시나 가렵습니다. 사방에서 친한 척 달려드는 이름 모를 오묘한 벌레 친구들을 소개해드리지 않으면 섭섭하겠지요.

 

 

탄자니아가 앞 뒤 안 맞는 이상하게 생겨먹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조금 솔직하게, 3년이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좀 이상한 나라 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나 또 모두가 예상하셨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자니아는 이 모든 불편함과 이질감을 상쇄시킬 뭔가 다른순간순간 팡팡 터지는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북적북적한 도심지를 단 한 시간만 벗어나면 눈앞에 당신이 그려왔던 아프리카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 무려 인도양을 마주하며 아침 햇살 지는 햇살 모두 공짜로 누릴 수 있다는 점. 참고로 아래 사진을 잠깐 보시죠.

 

 

붉게 빛나는 탄자니아의 태양

 

 

    

 

탄자니아 자연의 기운을 흠뻑 받아볼까요?! 힘내세요~! 모두~! 아자!!^^

 

출퇴근길 강변북로 이상으로 밀리는 교통 체증에도 단돈 500원이면 사먹을 수 있는 하드의 꿀맛(아이스크림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그 하드입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저쪽 하늘에는 폭우가 후드러지게 내리는 기괴하고 아름다운 광경. 그 속에 마음을 살살 달래는 바닷가의 미풍. 속살은 녹색이지만 그래도 깎는 데로 깎아주는 마음씨 적당한 현지인들.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이런 소소한 요인들로 인해 한국에서는 좀처럼 갖기 힘들었던 나를 돌아보는 여유가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잘 정리된 여행지에서 느끼는 값비싼 여유와는 다른. 천천히 스며드는 귀한 감정들입니다. 너무 거창한가요?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한번 와보는 것이 제일이겠지요.

 

 

그래서 탄자니아 살만하니? 라는 질문에 감히 드리고 싶은 대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바빠도 바쁘지 않은, 답답해도 답답하지 않은 이런 기운으로,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나를 찾게 해주는 곳에서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재)아름다운동행 월드프렌즈 NGO 전문봉사단원 이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