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입니다. 한국은 딸기가 들어가고 수박의 수확이 시작되는 계절이겠네요. 5월 하순으로 우기가 끝난 탄자니아도 계절의 변화와 함께 수확되는 과일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망고, 파인애플이 차지했던 자리를 아보카도, 오렌지, 귤 등이 등장해서 새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탄자니아는 적도 이남에 위치한 터라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신선한 열대과일이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망고, 파파야, 패션푸르츠, 구아바, 리치, 아보카도, 바나나, 라임, 오렌지, 자몽, 파인애플, 잭프루트 등 이름만 들어도 달고 단 과일들이 시장의 가판대에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수박이나 귤처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과일도 있습니다. 다만, 겉보기 무늬와 단단함, 맛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과와 같이 비교적 선선한 기후에서 자라는 과일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수입하기도 합니다.
먼저 ‘망고’의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노랑과 주황의 중간쯤에 있는 색을 가진 망고는 열대과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하고 그 유명세만큼 맛있는 과일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자랑하는 망고이지만 탄자니아에선 그 위용을 떨치지는 못합니다. 한화로 단돈 500원에서 700원 정도면 둘이 먹다가 셋이 놀랄 만큼 달고 맛있는 망고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고의 아쉬운 점은 덩치에 비해서 너무나 큰 씨에 있습니다. ‘몸집의 1/5는 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작은 아이의 손바닥만한 씨에는 섬유질이 잔뜩 붙어 있어서 마지막 한 입까지 꼭 갉아먹어야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씨’하면 뒤지지 않는 과일이 있으니 바로 ‘파파야’입니다. 파파야의 겉모습은 꼭 초록색 돌덩이처럼 생겼지만 속은 주황색의 과육이 먹음직스럽게 붙어 있습니다. 온전한 파파야의 모습을 탄자니아에 와서 처음 접했는데, 달고 무른 과육은 뒤로 하고, 속에 가득 차 있는 반투명의 검은 씨에 놀랐습니다. 20cm가 넘는 과일 안에 3~4mm의 말랑한 검정색 씨앗이 수십 개가 들어 있는 모습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개구리나 도롱뇽의 알 같다고나 할까요. 얼른 씨를 걷어내고 나면 파파야는 하나의 과일로 3 ~ 4명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효자입니다. 크기와 구매 장소에 따라서 한화로 400원에서 1500원으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아보카도’가 식탁에 빈번하게 오르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아보카도는 한국에서도 맛보던 과일이었지만 언제나 얇게 저며지거나 작게 깍둑썰기한 채로만 보던 미지의 생명체였습니다. 잘 익은 아보카도의 껍질은 짙은 보라색입니다. 반을 쪼개면 호두알만한 씨앗이 중간에 들어있고 연둣빛이 섞인 초록색의 과육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무른 버터같은 감촉을 가진 아보카도를 깔끔하게 손질하기란 대단히 어려워서 보통의 경우에는 씨를 덜어낸 후에 숟가락으로 파먹습니다. 하지만 통통 썰어서 토마토, 오이, 양배추와 함께 라임, 후추, 올리브유 등으로 간을 해 샐러드로 먹으면 수고스럽지만 맛은 두 배가 됩니다.
얼마 전부터는 대량의 오렌지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찔한 신 맛의 패션후르츠 역시 한 구석을 차지하고서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머리통만한 자몽도 특유의 향내로 코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과일들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과일의 왕은 바나나입니다.
글.사진 탄자니아 봉사단원 이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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