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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 품에 안고…탄자니아 미래로 우뚝 서길”

“빛나는 졸업장 품에 안고…탄자니아 미래로 우뚝 서길”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9.09.07 14:01

아름다운동행,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제1회 졸업식

 

종단이 아프리카 탄자니아 설립한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에서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졸업식 이후 학사모를 하늘로 던지며 설레는 마음을 만끽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오늘 우리 57명의 학생들은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대한민국의 높은 농업 기술과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탄자니아 미래를 밝힐 인재로 성장하겠습니다. 도움 주신 한국의 계신 스님과 불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96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키감보니 군에서 열린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제1회 졸업식. 종단과 한국불교의 도움으로 빛나는 졸업장을 받게 된 모든 졸업생을 대표해 한 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학사모와 졸업 가운이 제법 멋스럽다. 다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씩씩하게 소감을 밝힌 졸업생 대표는 정성스런 합장 인사로 고마움을 전하며 3년간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했다.

종단이 아프리카 대륙에 인재불사라는 자비의 씨앗을 뿌린지 3. 그곳엔 희망의 싹이 피어나고 있었다. 재단법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이 개최한 탄자니아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 첫 번째 졸업식에 함께 동행했다.

 

설레는 표정으로 졸업식을 맞고 있는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 졸업생들의 모습.

지난 2016년 설립된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은 종단이 아프리카 대륙에 세운 첫 교육도량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탄자니아는 국민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농업 기술은 한참 뒤쳐져있다. 자연스럽게 병충해 등 환경적인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 보니 생산량은 떨어지게 되고, 결국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가 안 되는 최빈국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자공스님을 단장으로 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금산 극락사 주지 경원스님, 부안 내소사 주지 진성스님, 극락사 성윤스님 등 조계종 방문단은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의 손을 일일이 어루만져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자니아에는 변변한 농업교육 시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탄자니아 청년들에게 선진화된 농업기술을 가르쳐 가난에서 벗어날 자립 기반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가 담긴 불사가 바로 보리가람대학 설립이다. 불교의 불모지였던 이곳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컸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3년 탄지나아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고 첫 삽을 떴지만, 만만치 않은 건축비용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인종과 국적 신분의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종단의 강한 의지와 불교계의 자비행이 어려움을 이겨냈다. 당시 전국 사찰과 스님과 불자들을 중심으로 보리가람대학 불사 모연 활기가 뜨겁게 확산되며 대작 불사를 이뤄냈다.

 

키감보니 마을 아이들은 졸업식에 앞서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정성을 바탕으로 종단에서도 보여주기 식단편적인 움직임에 그치지 않았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현지 직원 파견과 예산 지원 등을 뒷받침하며 꾸준히 관심을 기울였다. 첫 졸업식이라는 결실이 의미 있는 이유다.

이날 졸업식엔 탄자니아 청년들의 꿈을 응원해줄 조계종 방문단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방문단은 아름다운동행 상임이사 자공스님을 단장으로 24교구본사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 금산 극락사 주지 경원스님, 부안 내소사 주지 진성스님, 극락사 성윤스님 등으로 꾸려졌다. 이밖에도 조태익 주 탄자니아 한국대사를 비롯해 탄자니아 농림부 차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키감보니 군청장 등 정부 관계자 등도 학생들을 응원해주기 위해 함께했다.

 

학교 교직원들의 환대를 받고 있는 조계종 방문단 스님들의 모습.

 

키감보니 군 마을 아이들의 흥겨운 공연으로 막을 연 졸업식은 희망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졸업생들 얼굴엔 셀렌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소중한 순간을 잊지 않으려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학생부터 친구들과 못 다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는 졸업생까지 눈길을 끌었다. 자공스님을 비롯해 방문단 스님들은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의 손을 일일이 어루만져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방문단장 자공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졸업생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필요하고 맡은 일을 성실과 정성을 다해 진행하는 사람,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아름다운동행 이사장)은 방문단장 자공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보리가람 대학을 처음 준비하던 시절 물과 전기 등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많은 한국의 사찰과 불자들의 후원금을 보내 준 덕분에 난관을 이겨내고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이 모든 인연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원래 한 뿌리, 한 근원으로써 서로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는 부처님 가르침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보리가람 농업기술대학 1회 졸업생들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이어 서로 돕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이기에 앞으로도 한국불교는 우리 대학이 탄자니아 제일의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졸업생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국가와 지역사회에 필요하고 맡은 일을 성실과 정성을 다해 진행하는 사람, 자신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마푸루 농림부 차관 등 탄자니아 정부 인사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계종과 한국불교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화답했다.

 

졸업생들은 조계종 방문단이 준비한 졸업앨범을 펼쳐보며 추억을 간직했다.

 

조계종과 한국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졸업생 대표의 모습.

 

특히 조계종 방문단은 이날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바로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진이 담겨 있는 졸업 앨범이었다. 졸업 앨범 문화가 없는 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제작해 직접 전달한 것이다. 졸업생들은 연신 신기한 듯 자신의 사진과 친구들의 사진을 펼쳐보며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다.

아울러 방문단 스님들은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노력한 대학 교수들과 직원들에게 선물과 격려를 전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또한 스님들은 학교 운영에 꼭 필요했던 대형 복사기를 손수 자비로 구입해 기증하며 마음을 보탰다.

 

조계종 방문단 스님들이 학교 운영이 필요한 대형 복사기를 기증하고 있다.

 

이날 보리가람 대학을 졸업한 57명 전원은 탄자니아 농림부에서 발급하는 원예 자격증 과정 학위를 받았다. 보리가람 대학이 탄자니아에서 기술대학으로는 유일하게 농림부 장관 인증 3년제 대학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인정한 학교로 성장한 셈이다.

졸업생의 대부분은 학업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종합대학 진학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화된 농업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한국으로 유학을 생각하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들을 격려하며 선물을 전달하고 있는 조계종 방문단장 자공스님.

 

이번 방문단으로 참석한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과 극락사 주지 경원스님 등이 한국행을 희망하는 졸업생을 한국으로 초청해 불교문화와 선진 농업기술을 배울 기회를 마련해주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해 실제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가족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한 졸업생의 모습.

 

조용진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종단과 현장의 교수·교직원들이 협력해 드디어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결과를 만들어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앞으로 졸업생들의 사후관리나 재학생들의 역량 향상 등 종단이 아프리카 대륙에 세운 인재불사 도량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방문단 스님들과 졸업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졸업식 이후 기념식수를 하고 있는 조계종 방문단 스님들의 모습.
졸업식 이후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졸업생들의 모습.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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