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경 탄자니아에 도착한 이후로 ‘탄자니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을 이주 간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낯선 이에게도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탄자니아 사람들은 참 친절합니다. 그 중에서도 처음 발걸음하게 된 낯선 곳에서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준 다정한 사람들이 있는 마마 아샤의 홈스테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라윤선 지부장님이 지인에게 추천받아 알아봐주신 마담 아샤의 홈스테이는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내 미코체니 비(MICOCHENI B)라고 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르에스살람 내에서도 안전하기로는 손에 꼽는 지역 중의 한 곳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물어주는 상냥함과 직원들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가진 가구공장 사장님인 마마 아샤, 셈은 서툴지만 밥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아니파, 아침 6시부터 청소를 시작해서 하루 종일 집 안 밖을 깨끗하게 정돈하는 밤마니사, 마마 아샤의 조카로 3살 때 독일로 건너갔다가 인턴쉽을 위해 탄자니아를 방문한 수다쟁이 케빈, 그리고 아침저녁으로만 모습을 보여주는 몸값 비싼 검은 염소 한 마리가 가끔 고양이와 싸우면서 집 안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땅거미가 지고 별이 떠오르는 평일의 밤에는 마마 아샤, 청하스님, 케빈과 함께 저녁식사를 종종 하곤 합니다. 왈리라고 불리는 쌀밥, 채소볶음, 구운 닭요리와 함께 고추장과 총각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탄자니아 사람도 한국 사람도 모두가 즐거운 시간입니다. 영어와 스와힐리어가혼선을 빚는 가운데 주로 음식, 문화, 스와힐리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타언어로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알고 있는 지식들도 짧은 영어 뒤에 숨어서 ‘한국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어요’ 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곤 합니다. 그리고 막 배우기 시작한 스와힐리어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태양이 작열하는 주말의 낮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마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마당에 놓인 하얀 색 나무의자에 앉아 있으면 바람에 따라서 나무가 흔들리고 그 그림자들이 햇빛과 함께 반짝이며 손에 쥐고 있는 책 위로 떨어집니다. 그늘 진 테라스에서는 청하스님과 케빈이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면 잠시 멍을 때리면서 차가운 얼음물을 연거푸 들이킵니다. 그럴 때면 전에 없을 평온한 시간들이 마당 안에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밟은 탄자니아에 온 지도 벌써 이주일이 되어갑니다. 갑자기 덥고 습한 날씨에 적응하랴, 모여드는 시선에 적응하랴, 낯선 언어에 적응하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대문을 들어서면 안도감과 편안함을 주는 마마 아샤의 스윗홈은 낯선 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에서 열까지 신경써주시는 라윤선 지부장님을 비롯한 안부를 물어주시는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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