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rom Africaㅣ아프리카이야기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사무처장 성현스님이 보내온 글

지난 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사무처장으로 임명 받고 4개월간 활동하신 성현스님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코로나19로 5월에 입국했다가 이제 휴교령이 풀려 다시 떠나시는 스님이 그곳에서 건강하길 바랍니다. 아래는 스님이 보내오신 이야기입니다.

 

10여년전 인생의 반 이상을 절집에서 동가식서가숙하며 지내다 보니 '나를 위한' 변화가 필요한 때가 닥쳐왔다. 20대에 가족에서 승가로의 출가가 변화였다면 이제 내 안에서의 반전이 필요한 시기였다. 

 

어느 날 TV에서 아프리카 오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봉사하며 사는 신부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나는 좀 더 공부가 익어지면 찾아가리라 마음먹고 주소를 적어 비망록에 간직했다. 근데 어느 날 신부님이 병으로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지난 1월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사무처장에 임명되신 성현스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 평소 봉사에 대한 대화를, 그리고 삶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누곤 했던 어른 스님께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에 가서 일 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주셨다. 몇 가지 검색을 해보았다. 이미 다 지어놓은 학교이니 형편없이 어려운 곳은 아니리라 믿고 선뜻 자원을 했다.

 

탄자니아로 가는 길, 350석의 자리가 꽉 차고 18시간의 고행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상당수의 자리는 방학 중인 학생들이 기독교 선교를 위해 아프리카로 가는 팀원들이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기독교와 무슬림이 대부분인 나라, 불교는 하나도 모르는 곳에서 승복을 입고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했다.

 

스님께서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

 

그러나 막상 그들을 대하니 종교적인 것보다는 얼마나 자기들을 도와줄 것인가에 관심이 컸다. 여자들은 주로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 남자들은 '달러'를 달라고 손을 벌렸다.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고 돈이 있어야 물질문명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탄자니아 아동급식 사업 'HAPPY CORN'을 아이들과 함께 하시는 스님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아직 손으로 식사를 하는 문화였다. 오른손은 식사, 왼손은 뒤를 처리하는 철저한 규칙을 지킨다.

그러나 학생들의 위생문제는 심각했다. 현대 문명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갑자기 접한 문명에 마음이 붕 떠버린 것일까? 의식의 문제로 판단되었다. 스스로 하려는 생각, 남을 배려하는데 앞장 서려는 마음이 없어서일 것이다. 따로 부처님 법을 전할 게 없다. 이런 일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곳에서 할 일 일것이다.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스님

 

고맙게도 종이팩이나 에코백을 쓰며 비닐봉지를 철저히 사용하지 않는 탄자니아다. 한국에서 비닐봉지를 너무나 함부로 써 지구를 아프게 한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보다 먼저 환경을 생각하는 탄자니아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누며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글 :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사무처장 성현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