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앞에서는슈퍼모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자연과함께서있는 자연인.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2015년 3월 15일,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향하는 카타르 비행기를 타고 그 다음날 이 곳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왠지 어둡고 칙칙할 것만 같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파아란 하늘과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나뭇잎들이 이방인인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 설레임, 때로는 두려움도 문득문득 밀려들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됐지 하는 안도감을 가져다 준 것은 병원도 있었고, 물도 필요한 만큼 있었고, 그리고 더위도 견딜만 했다.
영양이 풍부한 모링가라는 나무이다. 작년 4월에 심었는데 이만큼 자랐다. 그다지 큰 사랑도 안줬는데도 넘 잘자라줘서 고맙고 대견스럽다.
이곳은 야채가게다. 야채가 다팔리면 더이상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런야채가게는 가격도 싸고 덤도 잘준다. 그래서 푸근한 곳. 허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소속된 단체는 '아름다운동행'이라는 곳이었고, 탄자니아에 지부를 설립해 다르에스살람 도시에서 30키로 정도 떨어진 곳에 농업기술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제일 큰 프로젝트 사업이었다. 그 외에 '어린이의 꿈'이라는 타이틀로 초등학교 4곳에 도서지원 사업, '하피콘(Happy Corn)'이라는 영양지원 사업, 결연사업까지 적지 않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나는 '어린이의 꿈‘이라는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농업기술고등학교를 짓고 있는 주변의 초등학교 4곳을 방문하여 어린이들에게 책읽기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스토리텔링, 그룹 리딩, 연극, 종이접기 등이 있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한 학교씩 다니며 프로그램을 참관하거나 지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갔다.
어린이들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수십번씩 왔다갔다를반복하며 가사를 돕고 있다. 그 도움이 크든 작든 고귀한 것이다. 예쁜 우리아이들..
이곳에 온지 1년 남짓 생활하는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선 현지 언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큰 한계로 다가왔다. 언어가 가능했었더라면 어린이들과 선생님들과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도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수 없었던 것이 제일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비단 언어가 달라 소통이 불가능한 것을 둘째 치고서라도 같은 동료들끼리도 허심탄회 할 수 없었던 것은 정말 큰 실패로 본다.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실무적인 것은 경험의 부재였기 때문이었고,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예속 되어있는 존재로서 나도 바로 설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제개발이라는 거대한 태두리 안에서 탄자니아 어린이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야만 했다. '이 손을 잡고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많은 날들을 지세운 적도 많았다. 정답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알리라는 이름을 가진 신발수선아저씨. 오늘은 신발을 꿰매주었다. 신발을 수선할 때는 수도자 같는 집중력을 발휘한다. 너덜너덜해진 내신발 그래도 함께하자고..
문득문득 떠오른 생각 중에 하나는 '기다림'이었다. 스스로는 주어진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말이다. 나에겐 기다릴 수 있는 시간도 주며 이토록 한 없이 관대했으면서 정작 현지인들에게는 스스로 고민할 시간, 준비할 시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지도 않고 강요한 것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럴 때 사람들은 등을 돌리고 우리와 멀어지기 위한 구실을 찾는 것 같았다. 너무도 잘못한 일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는 구차한 변명을 댄다.
야채농사를 짓고 있는 애디가. 애디는 나는 동갑이다. 어찌되었든 채소받을 가꾸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모습이 넘 예쁘다.
수많은 시간동안 자신 스스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했었고, 나와 인연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또한 알아야만 했다. 벅찬 삶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무상원조라는 국제개발 사업이 문득문득 현지인들로 하여금 욕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때도 많았다. 점점 커져가고 있는 그들의 욕망이 드러난다. 가만히 있어도 모든 다 해결해 줄 것만 같은 국제개발 사업 단체들...
내가 프로그램을 하러 갈때 자주이용했던 오토바이 기사다. 탄자니아 노래를 부르며 나의 고단함 달래주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 많은 원망과 배신감에 괴로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내가 우려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뾰족한 대안이 나로서는 없다. 그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기엔 많은 것이 부족했다.
보다 나은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설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인과의 법칙이 그러할 뿐이다.’ 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 거대한 공동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며 매일매일을 살아야 한다. 적어도 이 시대의 진정한 지성인으로서 또는 종교인으로서 말이다. 그래야 국내이든 국제이든 자연의 질서에 함께 조화를 이루며 발맞춰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바로 설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리라 본다. 나를 바로 설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힘도 또한 길러야 함을 깨달았다.
어떻게 힘을 기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일어난다. 우선 자신을 잘 살피는 일부터 시작하자라고 한다.
현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잃지 않았다.
한글 티셔츠를 입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함께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이곳까지 와서 아이와 인연이 되었을까? 인간은쓰러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이니 함께서자고..
2015년 KCOC 봉산단원으로서 거대한 인생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를 준 모든 인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1년 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던 것에 대해 매우 가치가 있었다고 내 자신을 평가하고 싶다.
국제개발팀 봉사단원 청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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