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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fricaㅣ아프리카이야기

[봉사단원 에세이] 한발더 가까이 - 전기충전을 하며

 

 

탄자니아에는 많은 가정에서 전기를 선불로 충전하여 쓰고 있습니다. 전기를 충전한다니, 처음 들으시는 분들은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 전기를 충전한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기 때문이지요. 그럼 실제 탄자니아에서는 전기를 어떻게 충전하며 사용하고 있을까요?

 

 

 

 

먼저 이곳의 각 집에는 전기 계량기가 있으며 이 계량기에는 고유의 숫자가 인식되어있습니다. 계량기에는 남은 전기량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기 때문에 전기가 다 떨어질 때 즈음이 되면 고유의 숫자가 적힌 카드를 가지고 근처 전기 상점으로 가서 얼마치를 쓰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 금액을 지불하면 됩니다. 그러면 주인은 영수증처럼 생긴 종이를 한 장 주는데, 그 종이에 계량기의 입력해야하는 코드가 찍혀져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처럼 무심하게 영수증을 버리게 되면 큰일 나겠지요. 그리고선 집으로 돌아와 종이에 적혀있는 코드를 입력하면 지불한 금액만큼 전기가 충전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말로만 들으면 전기를 사서 코드를 입력하면 끝! 이라는 간단한 결론이 나오지만 한국과 같이 상점에 간판이 없는 이 곳, 설사 간판이 있다 하더라도 스와힐리어가 부족한 저에게는 전기를 파는 상점을 찾는 것부터가 전기를 충전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되었습니다.

 

 

 

 

처음 전기를 사러 나가는 날 그땐 전기 상점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충전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그저 ‘Hamna(없어) Umeme(전기)’를 외치며 전기 상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뜨거운 태양아래 목적지도 모르는 채 갈팡질팡 길을 걸으니 긴장감이 더해져 땀이 두 배로 흐르는 듯 했습니다. 10여분을 해매고 다행히 무사히 도착한 상점에서 주인에게 어눌한 스와힐리어로 전기가 없다, 전기를 사고 싶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유창한 스와힐리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과 함께 숫자가 적힌 카드를 달라는 주인의 말에 온 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그저 전기만 사야한다는 강한 일념 하에 집을 나서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카드를 집에 두고 온 것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뜨거운 태양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카드를 챙기고 다시 상점으로 가서야 전기를 사고 무사히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설령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많은 고민과 결심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혼자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도 알고 보면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절히 상점 위치를 알려준 이곳 사람들과 어눌한 스와힐리어지만 천천히 들어준 상점 주인처럼요. 앞으로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저는 혼자 해나가야 할 일들도 계속 생길 것이고 그때마다 이곳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되겠지요. 그렇게 저는 하나씩 하나씩 이들의 삶을 배워가며 함께 살아가는 법 또한 배우나 봅니다.

 

 

()아름다운동행 월드프렌즈 NGO 봉사단원 김세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