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월드프렌즈 봉사단원 김영림
벌써 탄자니아에 도착한지 한달 정도가 지났다. 처음 도착했을 때와 다르게 이제 제법 탄자니아와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는 듯 하다. 길을 걷다가, 학교를 가다가 무엇을 하든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지나간다.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내가 외국인이 아닌 자국민이었다면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 먼저 저렇게 밝게 인사를 건네올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지난 주말에는 모로고로에 위치한 우루구루산을 다녀왔다. 도시를 감싸 안고 있는 성 같은 우루구루산은 한라산보다 높은 곳으로 한라산이 1950M쯤 된다면 우루구루산은 2200M쯤 되는 높은 산이다. 현지 사람들은 이산을 동네 뒷산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한라산 보다 높은 산을 동네 뒷산이라니 웃음이 나기도 했고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듯 하기도 했다. 물론 외국에는 높은 산들이 많으니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동네뒷산이라니...
산을 오르는 길, 엄마아빠를 도와 금방이라도 쓸려 내려갈듯한 험한 산 비탈에서 밭을 일구며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어김없이 그 아이들은 우리일행과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고 우리도 그 아이들과 놀아주며 사진도 찍어주었다. 올라가는 동안 계곡도 있었고 바나나나무 등 여러 가지 과일나무들이 있었다. 11시쯤되니 역시 뜨거운 햇빛이 우리를 지치게 했고 우리는 폭포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역시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지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얼음같이 차가웠고 고개를 돌려보니 여러 가지 풍경들이 보였다.
한쪽은 모로고로 시내 광경이 한눈에 다 내려다 보였고 또 다른 한쪽은 미끄러질듯한 절벽에서 공사하는 마을 주민들이 보였다. 물어보니 메인 도로를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이 길이 저 사람들이 저렇게 만들어 놓은 길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어딜 가나 길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져서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삽과 곡괭이만 가지고 길을 만들고 있는 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참 편한 세상에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더운데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정상이 아닌 1200~1300M정도에 위치한 독일사람이 지어주었다는 집이었다. 내 기억으론 내 나이와 같다고 들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아 낡고 허름한 집인데 모로고로 여행책자에 실려있을 만큼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우리가 도착했을 땐 관리인 한 분과 텐트3동이 있었는데 다른 외국인들이 그곳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어딜 갔는지 보이진 않았고 관리인 말로는 정상을 갔다고는 하는데 최근 비가 많이 와서 정상에 못 간다고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어느 아이 두 명이 생수통을 들고 왔다. 10L짜리 생수통이었는데 아이들이 그곳까지 배달해주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정도 보이는 아이들이었는데 힘이 들었는지 바로 내려가지 않고 한참을 앉아 있어서 가까이 가 이야기를 해보았다. 저 생수가 얼마인지 몇 살인지 배달해주고 얼마를 받는지 대화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에 많은걸 물어보지는 못했다.
아이들은 9살 7살 형제였다. 물 가격은 배달 비 포함 3000실링, 내가 다르에스살람에서 구매한 똑같은 물이 4000실링이였는데.. 배달 비 포함 3000실링이라니 ‘내가 잘못들은 걸까?’라는 생각에 다시 물어봤지만 3000실링 이란다.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고 있는데 현지선생님이 옆에 오더니 생수가격은 원래 2800실링이고 배달 비는 500실링인데 2통을 가져왔으니 1000실링 그런데 총 지불금액은 6000실링 600실링정도를 안준 거란다. 힘들기도 했겠지만 500실링만이라도 더 주라고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듯한데 관리인 할아버지는 듣지도 않는다. 오늘 아이들은 그냥 운동한 것 같다. 그런데 선생님 말은 관리인 할아버지가 자주 시켜주고 아이들이 지금 이 집보다 더 높은 곳에 살아서 아이들이 내려갈 때는 바나나나 숯을 만들어 팔고 올라오면서 빈손으로 올라 오지 않고 차비 정도라도 벌라고 할아버지가 시키신다고 하셨다. 역시 보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자 한국에서처럼 계곡에서 백숙을 파는 야외식당이 보였다. 낮에는 식당이고 저녁에는 클럽으로 변한단다. 계곡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놀고 있었고, 대학교에서 수련회 온 듯 학생들도 많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산에 갈 준비하고 내려오는 4시까지 만난 많은 사람들. 말도 못하는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까지 모두 하나같이 어제보고 오늘 또 보는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또한 헤어질 때도 금방 내일이라도 다시 볼 사람처럼 인사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만남도 이별도 내 마음속에 감정일뿐 어떻게 생각하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슬픔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타인을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다.
'From Africaㅣ아프리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캄바 초등학교 옥수수 죽 급식 (1) | 2015.03.10 |
---|---|
무캄바 초등학교 방학식, 그리고.. (0) | 2015.03.10 |
신분과 문화 (0) | 2015.03.10 |
하나와 둘 (0) | 2015.03.10 |
이야기와 경험의 차이 (0) | 2015.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