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와 함께 부는 바람이 한국에서의 가을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을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라면 미술관에 간다거나 단풍이 진 가로수길을 걷는다거나 하는 것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탄자니아에서는 두 가지 모두가 어렵습니다. 다만, 또 다른 좋은 것이 있으니 바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일입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커피과실
에디오피아, 케냐와 더불어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커피생산국입니다. 커피는 주로 1,000m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라는데 열대기후인 탄자니아에도 그러한 기후조건을 만족하는 곳이 있습니다. 탄자니아의 북동부는 킬리만자로 산, 메루 산 등 4,000~5,000m 고지가 넘는 산들이 많은 고원지대로 모시(Moshi), 아루샤(Arusha), 탕가(Tanga) 등이 대표적인 주요 커피 산지입니다. 탄자니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커피는 아라비카종이며, 탕가 지역에서는 로부스타종이 주로 재배됩니다.
아루샤의 커피농장
여러 곳 중에서도 가장 좋은 커피로 취급되는 것이 모시 지역에서 재배되는 커피로 아프리카 최고봉의 이름을 따서 ‘킬리만자로’로 출하되고 있습니다. 모시는 킬리만자로 산의 인접 도시로 킬리만자로의 경사면에서 재배되고 있는 커피들의 대부분이 모시를 기반으로 해외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는 커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쉽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맛을 자랑합니다. 떫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신 맛이 강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맛을 음미해본다면 그윽한 커피의 향과 함께 신맛, 쓴맛, 단맛이 한 번에 느껴집니다. ‘아, 이 커피, 맛있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거품 가득한 신선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탄자니아에서 재배되는 커피 중의 좋은 품질의 것들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에 탄자니아 내의 어디에서나 맛있는 커피를 맛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살고 있는 다르에스살람 역시 카페는 여러 곳이 있지만 모든 카페가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커피라는 것은 날씨와 내리는 시간에 따라서도 시시각각 맛이 변하는 터라 항상 맛이 같기도 어렵기도 합니다.
카푸치노
제가 좋아하는 커피는 여러 가지 종류 중에서도 ‘카푸치노(cappuccino)’입니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 우유거품으로 이루어진 구성으로 이탈리아 오리지널은 계피가루를 올리는 것이지만 제 취향은 without powder입니다. 커피도 맛있어야 하지만 우유 거품 역시 맛있어야 비로소 카푸치노가 완성되기 때문에 쉬운 조합은 아닙니다.
주말이면 타운에 있는 카페로 가서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습니다. 혹은 유리창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더불어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덩달아 기분도 좋아집니다.
글. 사진 이언화 봉사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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