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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남기는 순간. 본문

From Africaㅣ아프리카이야기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남기는 순간.

동행 dreaminus 2015.09.14 16:45

 

프로필 촬영 B컷 중_풉!

 

 

프로필 촬영 중

 

 

 

 

어느덧 9월로 접어들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을 넘어선 탄자니아지만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는 이 시기의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덕분에 날씨는 아직 제법 선선합니다.

 

 

지난 7월 말 무캄바 초등학교에 이어서 부밀리아 우코오니 초등학교로 사진촬영을 다녀왔습니다. ‘토토의 꿈(탄자니아 도서관프로젝트)’을 비롯해서 다른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때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이지만 이번은 그야말로 사진이 메인이 되는 점에서 조금 남달랐습니다.

 

 

7월 초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의 홈페이지에서도 소개되었듯이 탄자니아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결연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업무는 기존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번역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보유하고 있던 아이들의 사진이 작년 또는 올해 초의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 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몇 달 만에도 쑥쑥 자라기 때문이죠.

 

 

프로필 촬영 B컷 중_우이씨

 

학교를 방문할까, 집으로 갈까 등으로 지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후원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사진만을 찍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전체 아이들의 사진을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굳이 누구는 사진을 찍고 누구는 사진을 찍지 않아서 괜한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도 좋지 않고,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마음의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사진을 찍는다면 반대로 작은 이벤트가 될 수도 있고, 차후에 활용할 수 있는 이미지로 남겨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필 촬영 B컷 중_앞니어디갔니

 

 

탄자니아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짜파티(CHAPATI, 주로 아침에 먹는 밀가루 전)”라고 합니다. 마지막 모음이 로 끝나는 단어를 사용하는 점에서는 전 세계가 공통적인 부분이겠지요. 촬영을 하는 중에는 짜파티 말고도 은디지(NDIJI, 바나나), 마지(MAJI, ) 등 온갖 단어들이 튀어나왔습니다. 주로 제가 선창을 하면 아이들이 제창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옆에선 선생님들이 선창을 하기도 했고,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이 선창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아이는 씩씩하게, 무심하게, 때로는 수줍게 짜파티를 소리 내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을 뷰파인더로 보는 느낌은 남달랐습니다. ‘토토의 꿈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에는 적게는 30, 많게는 100여명이 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집단이나 무리로 인식되어버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렌즈 너머, 벽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었습니다. 키도 체형도 다르고, 옷차림도 좋아하는 포즈도 다 달랐습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일대일로 응시하는 순간에는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치는 찰나는 짧지만 강렬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단 한 명도 같은 아이가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 순간.

 

 

프로필 촬영 B컷 중_메롱

 

 

시작하기 전에는 좀 더 좋은 카메라였다면, 적어도 스트로보가 있었다면...’ 등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장비 보다는 아이가 웃음을 짓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일입니다. 아마, 삼각대와 큰 카메라조차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이기도 하구요.

 

찍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번 사진촬영이 아이들에게 재밌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사진 탄자니아 해외봉사단원 이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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