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 스와힐리어로 과혜리
무더운 한국의 여름과는 달리, 탄자니아의 7월은 아침저녁으로 드는 냉기로 인해 담요를 찾게 되는 계절입니다. 숨 막히는 열기를 선사했던 3월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이곳에는, 쌀쌀한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매주 함께하는 아이들과 한 학기를 마치는 헤어짐의 시간도 찾아왔습니다.
사실 학생들을 매일 찾아가지만, 각기 다른 다섯 개의 학교를 방문하고 있어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선생님들에게 출석부를 공유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가, 그때야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수기로 작성하는 것을 보고 출석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초등교육은 의무 교육이라 등록 인원의 이름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 등교하는 학생과는 30~40% 정도까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생 수가 백 명이 넘는 학년의 경우라도 담임 선생님은 한 명이라서, 그날 몇 명 출석했는지도 정확히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저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학교의 반은 상대적으로 단출하여 삼십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직접 출석부를 만들고 매주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역시 매번 전원에 가깝게 출석하였습니다. 어느덧 삼십 명의 이름을 다 외우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고 보니, 제 마음을 가장 아쉽게 하는 반이 되었습니다. 이 반에서는 다른 학교에서는 시도를 못했던 게임 시간도 가졌습니다. 동물 마스크를 스스로 만들어 쓰게 하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조를 만들어 승부를 가리니 아이들이 금새 깡충깡충 뛰며 재미있어 합니다. 보자기를 낸 아이 앞에 가위 모양을 내고도 이겼는지 모르는 아이에게 “네가 이겼어” 하니, 폴짝폴짝 뛰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 마음 한편이 아렸습니다. 이 잠깐의 시간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전달한 것이 얼마만큼이나 이해되었을까? 혹여 무심코 했던 어떤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색이름을 외우게 하고, 가위바위보를 알려준 이상한 선생님.
마지막 수업 며칠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짧고 간단하게 그리고 즐겁게 인사만 하고 오자’ 하며 헤어짐을 준비했습니다. 서류 봉투에 그간 함께했던 색칠공부를 코팅하여 넣었습니다. 새 공책과 볼펜, 색연필을 넣고, 초콜릿도 넣으며 서투른 스와힐리어를 번역기에 넣어 메모를 썼습니다.
“Kawa Unajua Kusoma na Kuandika utajifunza
vitu vingi katika maisha. Soma kwa bidi maisha
yako yatakuwa mazuri. Asante sana ulifanya kazi nzuri.
Likizo njema, Muwe na afya njema! Kwaheri”
Mwalimu kutoka Korea Kusini”
읽고 쓰는 것을 알게 되면 인생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수업을 열심히 잘 따라주어서 고마워.
방학 동안 건강하게,
즐겁게 보내기를 바랄게~
안녕!
한국에서 온 선생님이
한 사람씩 이름을 불러 노란 봉투를 전해주고는 서둘러 나왔습니다. 눈에 계속 아른거리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더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합니다. ‘그만 아쉬워하자’ 하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이곳의 아이들이 그동안 학교에서 해보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게 해보고, 같이 웃을 수 있던 시간을 보냈다면 ‘그것으로 괜찮다’ 하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이제 한 학기를 마쳤습니다. 방학 동안 집안일로 더 바빠질 아이들이지만, 부디 탈 없이, 건강하게만 지내달라 기도하며 서둘러 차머리를 돌렸습니다. 안녕~ 과혜리!
박소영_ 아름다운동행 탄자니아지부 KCOC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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